왜 이 신약들이 역사적인가 — 패러다임 전환의 의미
기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 NMDA 수용체 길항제 등)는 증상을 완화하는 약이었다. 기억력 저하 속도를 조금 늦추거나 일부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뿐, 병의 원인을 건드리지는 못했다. 마치 당뇨 환자에게 혈당 강하제만 주고 인슐린 저항성의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두는 것과 비슷한 한계였다.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와 키순라(Kisunla, 성분명 도나네맙)는 다르다. 두 약물 모두 알츠하이머 치매의 핵심 병리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β-amyloid) 플라크를 뇌에서 직접 제거하는 단일 클론 항체 치료제다. 원인 물질을 제거함으로써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려는 '질병조절치료제(DMT, Disease-Modifying Therapy)'다. 증상이 아닌 **병리(病理)**를 표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알츠하이머 치료 역사에서 진정한 의미의 첫 번째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레켐비 — 지금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허가와 출시 경과
일본 에자이(Eisai)와 미국 바이오젠(Biogen)이 공동 개발한 레켐비는 2023년 7월 미국 FDA로부터 완전 승인을 받았다. 이후 일본(2023년 9월), 중국(2024년 1월)에 이어 한국이 세계 네 번째로 2024년 5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승인했다. 국내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질병조절치료제 타이틀이다. 같은 해 11월 28일부터 주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본격 처방이 시작됐다.
투여 방식은 2주에 한 번 약 1시간 동안 정맥주사(IV)로 투여한다. 임상 3상(CLARITY-AD)에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18개월 시점에 위약 대비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27% 늦추는 효과를 확인했다.
누가 맞을 수 있는가 — 투여 조건
레켐비를 처방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단계여야 한다.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실제로 축적되어 있는지 아밀로이드 PET 검사 또는 뇌척수액 검사로 확인해야 한다. 투여 전 뇌 MRI와 신경심리검사, ApoE 유전자 검사 등도 이루어진다. 중등도 이상 치매 단계에서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즉, 초기 단계에서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앞선 시리즈에서 경도인지장애를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용 — 현실적인 장벽
2026년 4월 현재 레켐비는 건강보험 비급여 상태다. 연간 치료비는 약가에 투여·모니터링 비용, 초기 1년간 4회의 MRI 검사비 등을 포함해 약 2,000~3,000만 원 수준으로 보고된다(출처: 국내 의학 전문지 보도 종합). 미국 약가 기준으로는 연간 약 2만 6,500달러(약 3,700만 원)다.
건강보험 급여 전망도 쉽지 않다. 서울대학교 약학대학 홍송희 교수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PharmacoEconomics Open(2025)에 발표한 경제성 분석에 따르면, 레켐비가 국내 건강보험 급여를 받으려면 현재 약가에서 최대 80% 가까이 인하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도 2025년 "약가 대비 유효성이 비용 효율적이지 않다"며 급여 적용에 부정적 의견을 표명했다.
한국에자이는 이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흥국화재와 협력해 맞춤형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경증 알츠하이머병 진단 후 조건 충족 시 7회 이상 투여하면 최초 1회에 한해 최대 1,000만 원의 치료비를 지급하는 구조다.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접근 장벽을 일부 낮추는 현실적 방편이다.
논란 — 투명하게 알아야 할 두 가지
레켐비에는 주목할 두 가지 논란이 있다. 이를 알고 판단하는 것이 소비자의 권리다.
첫째, 한국인 대상 가교시험 면제 논란. 식약처는 3상 임상에 포함된 한국인 하위군 데이터를 근거로 가교시험(국내 환자 대상 별도 임상시험)을 면제하고 허가를 승인했다. 그러나 의학 전문지 디멘시아뉴스에 따르면, 해당 하위군 분석에서 통계적 유의성(p값)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됐다. 식약처는 "면밀하게 심사했으며 향후 6년간 환자등록연구를 통해 한국인에서의 ARIA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둘째, 부작용 ARIA. 레켐비의 주요 부작용은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으로, 뇌부종(ARIA-E)이 약 12.6%, 뇌출혈 흔적(ARIA-H)이 약 17.3%의 환자에서 나타났다(CLARITY-AD 3상 기준). 대부분 무증상이거나 경미하지만, 이를 감지하기 위해 투여 중 정기적인 MRI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의료 인프라를 갖춘 대학병원·종합병원급에서만 처방이 가능하다.
키순라 — 레켐비보다 효과가 높지만 한국엔 아직
글로벌 현황
미국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개발한 키순라(도나네맙)는 2024년 7월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이후 일본(2024년 8월), 중국(2024년 12월), 유럽(EMA, 2025년 9월)에서도 승인됐다. 투여 방식은 월 1회 정맥주사로, 2주마다 맞아야 하는 레켐비보다 편의성이 높다.
임상 3상(TRAILBLAZER-ALZ 2)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인지·기능 저하를 35% 늦추고,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평균 80% 이상 제거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는 레켐비보다 효과가 높게 측정됐다. 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충분히 제거되면 투약을 중단할 수 있는 점도 구조적 특징이다.
유럽에서는 안전성 우려로 한 차례 허가가 반려됐다가, 릴리가 초기 수개월 투여량을 더 서서히 늘리는 수정 증량 요법을 제시해 ARIA-E 발생률을 절반 가까이 낮춘 뒤 최종 승인됐다.
한국 현황 — 가교임상 진행 중
한국릴리는 2025년 1분기부터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가교임상을 진행 중이다. 18개월 투약으로 설계된 임상이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결과 정리 후 식약처에 허가 신청을 할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2026년 허가 신청, 2026~2027년 허가 가능성이 점쳐지나, 정확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대한치매학회 최성혜 이사장은 "키순라의 경우 투여 주기와 중간에 약물을 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며 국내 도입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임상 현장에서는 레켐비와 키순라가 함께 도입될 때 비로소 환자 개별 상황에 맞는 치료 선택이 가능해진다고 본다.
두 신약을 둘러싼 핵심 쟁점 3가지
이 신약들을 둘러싼 논의는 의학계 안팎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균형 잡힌 이해를 위해 세 가지 쟁점을 정리한다.
① 효과의 임상적 의미: 레켐비 3상에서 18개월 기준 CDR-SB 점수 차이는 0.45점이었다. 이를 "27% 늦췄다"고 표현하지만, 점수 자체의 임상적 의미가 환자 일상에서 얼마나 체감 가능한 변화를 만드는지에 대해서는 연구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있다. The Lancet 치매위원회는 현재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들에 대해 "인지 기능 개선이 미미하고 효과의 지속 기간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같은 The Lancet 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증거와 진보를 수용해야 한다"는 사설도 게재했다. 즉, 과학적 논쟁이 현재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② 장기 효과 지속성: 18개월 임상 이후 치료를 중단했을 때 효과가 얼마나 유지되는지, 혹은 진행이 재개되는지에 대한 장기 데이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③ 접근성 불평등: 연간 수천만 원의 비용은 현실적으로 경제적 여력이 있는 환자에게만 치료 선택지를 허용한다. '치매 신약이 나왔다'는 뉴스와 '실제로 맞을 수 있는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40·50대에게 이 신약이 갖는 의미
레켐비와 키순라는 현재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단계에서만 적용되는 약이다. 중등도 이상 치매 단계에서는 이미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것이 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와 맞닿는다.
지금 40·50대가 해야 할 일은 신약 출시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신약이 적용되는 단계, 즉 경도인지장애 단계에 도달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만약 이미 그 단계의 징후가 있다면, 지금 치매안심센터를 찾아 조기에 확인하는 것이 신약 치료의 문을 열어두는 방법이다. 치매는 '나중에 생기면 그때 치료하면 된다'는 발상이 가장 위험하다.
핵심 요약
- 레켐비(레카네맙): 2024년 5월 식약처 허가, 2024년 11월 국내 출시. 세계 4번째 허가국. 2주 1회 정맥주사. 18개월 기준 인지 저하 27% 억제 (CLARITY-AD 3상).
- 키순라(도나네맙): 미국·일본·중국·유럽 승인 완료. 한국은 2025년부터 가교임상 진행 중, 허가 신청 미정. 월 1회 주사. 18개월 기준 인지 저하 35% 억제 (TRAILBLAZER-ALZ 2 3상).
- 두 약물 모두 초기 단계(경도인지장애·경증 치매)에서만 효과. 비급여 상태로 연간 치료비 수천만 원. 건강보험 급여는 미결.
- 효과 크기·장기 지속성·비용 대비 효과에 대해 국제 의학계의 논쟁이 진행 중.
- 40·50대에게 실질적 의미: 신약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단계(초기)에서 발견되려면 지금 예방과 조기 검진이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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