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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SF 톺아보기 특별편] 차가운 우주에 가장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다, 한국 SF: 김초엽부터 정세랑까지

by infobox07768 2026.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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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우주 전쟁 대신 '다정한 연대'를 선택한 K-SF

미국의 거대한 은하 제국, 일본의 사이버펑크, 중국의 웅장한 우주적 스케일을 거쳐, 방구석 우주 여행의 진정한 종착지인 '대한민국(South Korea)'에 도착했습니다.

 

한국은 오랫동안 'SF 불모지'로 여겨졌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인 르네상스를 맞이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 SF가 서구권처럼 거대한 함대가 레이저 빔을 쏘며 외계인을 정벌하는 '정복과 파괴'의 서사를 따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K-SF는 첨단 기술과 차가운 우주라는 배경 속에 '소외된 자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기후 위기에 대한 공감, 그리고 다정한 연대'를 촘촘하게 채워 넣습니다.

 

아래, 지금 한국 문학계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 된 K-SF의 대표 작가 3인을 소개합니다.


1.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어떻게 맞닿을 수 있을까?"

  • 대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
  • 핵심 키워드: 감성 SF, 소수자와 배제, 과학과 따뜻함의 결합

포항공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과학도 출신의 김초엽 작가는 현재 한국 SF 열풍을 이끄는 가장 대표적인 아이콘입니다. 그녀의 작품 속 우주는 차갑고 무기력한 진공 상태가 아니라, 상실을 겪은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틋한 공간입니다.

우주 정거장에 홀로 남아 수십 년째 가족이 있는 행성으로 가는 우주선을 기다리는 할머니, 감정을 물질로 만들어 소유하려는 미래 사회 등 그녀의 소설은 최첨단 기술 시대에도 결국 변하지 않는 '인간의 마음과 그리움'을 섬세하게 포착합니다. 완벽해 보이는 미래 기술 이면에서 배제된 장애인, 노인,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며 SF가 얼마나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는지 증명해 냈습니다.

2. 정세랑: 명랑하고 날카로운 '에코 SF(Eco-SF)'의 세계

  • 대표작: 『지구에서 한아뿐』, 『목소리를 드릴게요』
  • 핵심 키워드: 환경 생태주의, 명랑한 상상력, 다정한 구원

정세랑 작가의 SF는 무겁고 암울한 디스토피아 대신, 특유의 명랑함과 발랄함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벼운 발걸음 끝에는 항상 지구와 환경에 대한 묵직한 사랑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외계인과 지구인의 사랑을 그리면서도 탄소 배출과 환경 파괴를 꼬집고(『지구에서 한아뿐』), 돌연변이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수용소에 가두는 사회를 통해 혐오와 배제의 폭력성을 경쾌하게 비판합니다.

💡 [2026년 현실 반영] K-SF의 에코리즘과 지속가능한 미래 글로벌 환경 규제와 기후 공시 의무화 등 지속가능성(ESG) 이슈가 전 세계 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2026년.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는 치열한 움직임은 정세랑, 김초엽 작가 등이 소설 속에서 끊임없이 던져온 "인류는 지구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한국 SF는 환경 위기를 극복하는 열쇠가 고도의 기술 발전 이전에, 자연과 타자를 향한 인간의 다정한 '책임감'에 있음을 강조합니다.

3. 배명훈: 거대한 타워에 갇힌 한국 사회의 하이퍼리얼리즘

  • 대표작: 『타워』, 『빙글빙글 우주군』
  • 핵심 키워드: 정치/사회 풍자, 하이퍼리얼리즘, 관료주의

감성적인 K-SF의 또 다른 한 축에는 배명훈 작가 특유의 '매운맛 풍자'가 있습니다. 그의 연작 소설 『타워』는 인구 50만 명이 살아가는 674층짜리 거대한 수직 국가 '빈스토크'를 배경으로 합니다.

이 거대한 타워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외계 행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한국적인 정치 권력 다툼, 부동산 계급, 답답한 관료주의의 축소판입니다. SF라는 장르의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직장 생활의 애환과 권력의 부조리를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무릎을 칠 만큼 날카롭고 유머러스하게 해부해 냅니다.


에필로그: 완벽한 기술보다 다정한 이해를 꿈꾸며

국가별 SF 시리즈의 대장정, 어떠셨나요? 미국의 장대한 우주 제국이나 영국의 서늘한 디스토피아를 지나 우리가 도착한 한국의 SF는, 가장 작고 소외된 존재들을 향해 있었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일상을 대체하는 화려한 2026년의 한가운데서, 한국 SF는 우리에게 조용히 속삭입니다. "기술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든, 결국 서로를 구원하는 것은 다정한 연대와 공감"이라고 말이죠.

 

오늘 밤에는 멀고 차가운 우주 대신, 우리 주변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다정한 K-SF 한 권을 펼쳐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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